그것은 뇌다-인간의 행동과 정서에 내재한 신비한 뇌 이야기

사무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사례가 풍부한 신경심리학 교과서를 발견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뇌다-문제는 마음이 아니다' 책이다.



저자 Daniel G. Amen
역자 안한숙
발매 2008. 08. 13.
별점 ★★★★★


한줄평

뇌와 인간의 정서, 행동의 관계를 잘 정리해놓은 아주 쉽게 쓰여진 신경심리학 교과서.

리뷰

임상신경과학자와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저자의 단일광자 단층촬영(SPECT) 검사 경험이 풍부하게 작성되어 있다. 책에는 변연계, 기저핵, 전전두엽, 대상회, 측두엽의 기능과 이 영역들의 오작동과 관련된 신경정신학적 장애들을 풍부하게 다뤘다. 이 외에도 각 두뇌 영역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인지행동적 심리치료 기법들도 소개되어 있다.

SPECT를 통해 특정 뇌영역의 과잉 활성화와 활성화 감소를 환자의 증상과 묶어서 설명하고, 그 뇌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된 사례가 풍부하게 첨부되어 있다. 책만 읽어보면 마치 뇌가 인간의 행동을 결정짓는 것처럼 기술된다.

그러나 저자나 역자 모두 환경과의 상호작용도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또한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심리치료의 역할을 간과하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좋았던 점

  1. 여러 뇌 영역들의 기능과 관련장애들을 정말 잘 정리해놓았다. 변연계의 과잉활성화가 우울증과 관련 있고, 주의력결핍과 충동성은 전전두엽과 관련있고, 기저핵의 문제는 불안장애와 두려움 조절의 실패를 야기하고, 강박증은 대상회와 관련있고, 기억은 측두엽과 연결된다는 것을 쉽게 정리했다.
  2. 신경정신학적 문제들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SPECT 영상은 덤이다. 뇌의 해부학적 구조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치료전과 치료후 영상을 비교해놔서 약물이 어떤 두뇌 영역에 작용하는지, 행동의 개선이 뇌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3. 뇌가 사람의 행동과 정서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쉽게 설명했다. 책의 전반적인 기조는 개인의 심리적 문제가 개인의 의지박약이나 성격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그런 기능을 관장하는 뇌에 문제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뇌 결정론적 관점이 우세하지만, 상세한 설명과 자료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설득된다. 괜히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된게 아니었다.
  4. 두뇌 영역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인지행동적 기법들에 대해서도 소개를 해놨다. 책 전반에 걸쳐 심리치료와 인지행동기법이 제시가 되고, 뉴로피드백 등 약물치료외에 가용한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참고사항으로 알아놓고 있으면 정말 유용한 지식들이다.

아쉬웠던 점

  1.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거의 없다. 요즘에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설명(우세반구라던지...우세반구라던지...)이 포함되어 있지만 정말 사소한 부분이다. 괴물의 심연(링크)과 유사하게 국소적인 두뇌 영역의 기능의 초점에 맞췄지만, 훨씬 설득력있고 논리적으로 다가와서 의문이 들지는 않았다.

그 외 느낀점

  1. 유익한 수업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환자의 사례들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왜 그 사람들이 문제를 겪고 있는지, 그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해결했는지 충분히 납득이 됐다.
  2. 내가 만약 SPECT를 찍는다면 어떤 양상이 나타날지 궁금해졌다. 학부생때 실험에 참가하면서 찍은 구조적 MRI 영상은 갖고 있는데, 구조적 MRI 영상은 뇌의 기능 양상에 대해서 어떤 정보도 알려주지 못한다. 뇌진탕이 꽤 오랫동안 사람의 성격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나오는데, 나도 어렸을 적에 머리를 부딪힌 적이 있었다. '설마 그것때문에 생긴 뇌의 문제가 아직도 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3. 책의 원래 제목은 'Change your brain, change your life'이다. 그렇지만 역자가 '그것은 뇌다'라고 바꾸었는데, 정말 잘 맞는 것 같다. 그만큼 뇌가 사람에게서 중요한 기관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심리학 계열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4. 책의 후반부는 각각의 뇌영역에 대한 내용보다는 공격성, 약물 중독을 다룬다. 공격성을 다룬 파트에서는 폭력도 다루지만 '자살'이 어쩌면 뇌의 문제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언급한다.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충동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과연 자살의 책임이 뇌에 있을까? 이 문제는 심리부검을 다루는 연구에서 다뤄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 다만, 사망자의 뇌에 있는 결함을 사후에 보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는 고민해볼 문제이다.
  5. 비슷한 얘기로 저자는 교정시설에 있는 다수의 사람들의 뇌의 작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약물이나 심리치료로 고친다면 이들의 행동도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법심리학의 영역으로 갖고 온다면, 수감자의 뇌를 분석해서 재범률을 평가하거나 교정 프로그램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흥미로운 사례집을 봤다고 생각한다. 약간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다면 사람의 행동에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단지 뇌 한 영역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여러 뇌 영역들 간 협응도 중요하고, 그런 행동이 발생하는 상황도 중요하다. 이 책에서 다룬 사례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심리과정과 행동을 단순화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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