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과 생생후기(5)-대학원생의 삶은 어떨까?

심리학과 생생후기 마지막, 대학원생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정리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대학원 과정은 학부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수업의 난이도가 다르고 준비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그리고 "연구" 업무가 추가되어 학업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졸업 후 진로도 포스팅을 할까 생각했지만, 제 경험이 워낙 한정적이여서 올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1. 졸업 학점
  2. 수강과목
  3. 수업진행과 준비
  4. 연구
  5. 졸업 시험
  6. 논문





1. 졸업 학점

  석사과정 기준으로 심리학과 대학원의 졸업학점은 24점입니다. 학부와 동일하게 대부분 한 과목당 3점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대학원 4학기 동안 들어야 하는 총 과목의 수는 8개입니다. 매 학기 18학점(혹은 21학점)씩 들었던 학부때와 비교하면 여유있어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한 학기에 수강할 수 있는 수업은 최대 4개(12학점)입니다. 다시 말해, 마음만 먹으면 2학기만에 졸업 이수 학점을 채울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칫 무리하다가는 소진이 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주세요. 제 주변에는 4학기 동안 '9+6+6+3=24' 이렇게 수업을 들은 동기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혹시 모를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이나 임상심리전문과 수련 과정을 생각하여 수업을 많이 들은 편입니다(39학점).




  1학기(9학점): 필수(3)+타전공(3)+주전공(3)
  2학기(9학점): 필수(6)+주전공(1)+논문연구
  3학기(9학점): 주전공(2)+타전공(1)
  4학기(12학점): 주전공(1)+타전공(3)


2. 수강과목

  개설과목은 담당 교수님의 의사에 따라 결정됩니다. 학과 홈페이지에 수많은 과목들이 나열되어 있지만, 그 중 실제로 개설되는 것은 극소수에 해당됩니다. 주전공과목의 경우 지도 학생들과 교수님이 상의를 해서 개설 과목을 정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저희 연구실의 경우에는 매학기 말에 교수님께서 '어떤 수업을 개설할까?'라고 질문하시면 연구실 내부적으로 결정하여 다음학기 개설 과목을 지정한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임상이나 상담 전공의 경우에는 정형화된 커리큘럼이 어느정도 짜여있을 것입니다. 저희학교에서는 2년마다 교대로 정신병리, 심리평가, 투사검사, 집단상담 등의 수업이 교대로 개설되었습니다.
  필수 이수 과목도 신경을 써주세요. 대개 방법론 수업을 2과목 정도(고급심리, 고급실험설계)를 꼭 들어야 합니다. 연구 방법론 과목들은 단순히 학점을 채우는 용도로 외에도 졸업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들을 공부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3. 수업진행과 준비

  대학원의 수업은 학부때와 또 다릅니다. 강의식 수업보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교과서나 논문을 읽고 이해한 내용을 PPT로 만들어 발표하는 방식의 수업이 많습니다. 논문이나 교과서에 기술된 내용뿐만 아니라 관련 연구들도 찾아봐야 해서 공부량은 어마어마하게 증가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학부때에 비해 수업 준비에 소모되는 에너지가 훨씬 많습니다. 대학원 초반에 타전공생들이 특히 애를 더 먹습니다(수업따라가기+통계). 그리고 진도를 엄청 빠르게 나갑니다. 세 시간 동안 최소 한 챕터, 많으면 세 챕터 정도의 분량을 나가다보니 수업 한번 빠질 때 타격이 큽니다.
  수업량이 많다는 것은 시험 준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의미합니다. 시험본다고 하면 한숨부터 먼저 나옵니다. 오히려 소논문이나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됩니다. 소논문이나 보고서는 15장 내외로 작성하게 될텐데, 어떻게든 다 끝내게 됩니다.

대학원 과정 중 운영한 드랍박스 폴더.

시험 대체용 보고서. 졸업 이후 이 보고서를 발전시켜 학술지 논문에 게제했습니다.



4. 연구

  대학원 생활이 학부 생활과 가장 다른 이유를 하나 꼽으라면 저는 '연구 업무'를 선택할 것입니다. 연구실 by 연구실이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연구실에 들어간다면 다른 학생들보다 훨씬 바쁜 삶을 지낼 것입니다.
  연구비 관리+실험 설계+IRB 작성+참가자 모집+실험 진행+결과 분석+보고서 혹은 논문 작성 등 연구와 관련된 모든 업무들을 경험할 수 있지만, 일의 부담이 정말 큽니다. 운이 좋다면 프로젝트에서 수집한 자료로 졸업논문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새로 자료를 수집할 필요가 없으니 논문을 쓰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학업과 연구 업무의 비중을 적절히 배분하는게 정말 중요합니다. 학업에 너무 몰두하면 프로젝트의 진행에 차질이 생길 것이고, 그렇다고 연구 업무에 몰두한다면 학업, 더 나아가 졸업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학부생 인턴을 경험하는게 좋다고 말씀을 드렸는지 이해가 되셨나요?
  이미 석사과정을 마친 사람으로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그래도 학업이 우선입니다. 학생으로서 최상위의 목표는 졸업일 뿐더러, 교수님들이 학생들의 미래까지 보장해주시지는 않습니다. 먼저 과제나 시험공부를 빨리 하고, 남은 시간은 연구 업무를 수행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루지 맙시다. 일단 업무를 최대한 빨리 끝내고, 보고는 기한에 맞춰서 늦게 드리는게 편합니다.


5. 졸업시험

  대학원도 졸업시험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논문제출자격시험', 줄여서 논자시라고 부릅니다. 대학마다 다르겠지만 대게 2학차 혹은 3학차부터 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며, 전공과목 2개, 필수과목 1개, 영어 1개 이렇게 총 4영역의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시험방식과 시간은 학교마다 다릅니다. 저희 학교는 서술형 문제로 대체로 과목마다 두 시간 정도 시험을 치뤘습니다. 수료 전까지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논문 심사 자체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압박감이 정말 큽니다. 가급적 2학기, 3학기에 모든 과목들을 통과하도록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험의 난이도는 대학원의 서술형 시험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시험 범위는 교수님께서 알려줄 것입니다. 대체적으로 과목마다 책 한권을 거의 외우다시피 하면 붙을 수 있습니다. 족보가 있는 학교라면 다행이겠지만, 족보가 없다면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탈모를 유발합니다. 워라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논문


졸업의 마지막 관문은 학위 청구 논문입니다.

  졸업시험도 통과했다면 졸업의 마지막 관문인 학위 청구 논문이 있습니다. 사실 논문은 빠르면 2학기부터, 늦어도 3학기부터는 준비하는게 좋습니다. 연구 프로젝트의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입니다. 사실 이때는 '관심있는 주제'보다 '논문이 나올 수 있는 주제'를 찾는데 혈안이 될 것입니다.


1) 진행 과정

  대개 학위 논문 작성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연구 주제 선정 → 서론, 방법론 작성 → 프로포잘 → IRB → 자료 수집 → 자료 분석 → 결과, 논의 작성 → 예비심사 → 수정 → 석사학위청구논문발표 → 본심사 → 끝.
  논문 심사 과정은 학교마다 시기가 천차 만별입니다. 저희학교는 5월 초 10월 중순에 예비심사를 거쳐 6월 초나 11월 말에 공개 발표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학기 시작 전에 모든 자료를 수집해 놓는 것을 권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예비심사 1개월 전에서야 IRB 승인을 받아 급하게 자료를 수집해서 논문을 쓰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졸업 1년 전부터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시기는 정말 예민한 시기입니다. 졸업은 해야하는데 분석 결과는 유의하지 않고, 논문 제출 시기는 다가오는 것을 상상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수업을 듣거나 연구 업무 혹은 상담센터 등에서 일을 하는 경우에는 정말 촉박함을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2) 논문 발표

  대학원생 기간 중 가장 떨린 그 순간을 떠올리라 한다면 많은 분들이 '논문발표' 순간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만큼 떨리고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대체적으로 10분발표+5분 질의응답 시간을 거치게 될 것입니다.
  PPT는 깔끔하게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글자는 최소화하고 그림이나 수식을 활용해보세요. 만약 10분발표라면 20개(서론6, 방법 4, 결과 4, 논의 6)의 슬라이드로 구성하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그리고 앵무새처럼 PPT를 그대로 읽지 마세요. PPT 내용은 다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용어를 사용해서 풀어쓰는것이 좋습니다.
  심사위원의 지적들은 대체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논리적으로 석사생들이 교수님들보다 뛰어나다고 보기 힘들고, 지적 내용을 논문에 반영하는 것이 귀찮을 수는 있지만 마냥 틀린 내용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부분은 모른다고 말씀해주세요. 괜히 어설프게 방어했다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습니다.


3) IRB

  IRB가 정말 중요해졌습니다. 심리학회지의 윤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IRB가 필수 또는 권고사항으로 바뀌었습니다. 당장 졸업이 급하다고 IRB를 안 받고 학위논문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술지 논문 게재를 준비할 때 해당 학회에서 IRB를 요구하는 경우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꼭 염두해주세요. 직접 자료를 수집하는 연구를 할 경우에는 예비심사 전 최소 3개월 전에는 IRB를 꼭 받아놓도록 합니다.



마치며

이틀정도 꼬박 고민하며 준비한 시리즈입니다. 저는 다른 분들과 비교했을 때 정말 편한 학부생활, 대학원 생활을 마쳤습니다. 그래서 제 경험에서 말씀드리는 것이 다른 하위 전공, 학생들의 생활을 잘 반영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솔직하게 필요한 정보들을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제가 아는 선에서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심리학과 생생후기 시리즈

심리학과 생생후기(1)-개요
심리학과 생생후기(2)-학부 생활: 심리학과 학부생활은 어떨까?
심리학과 생생후기(3)-왜 통계를 배울까?
심리학과 생생후기(4)-대학원 준비, 어떻게 하지? (prev)
심리학과 생생후기(5)-대학원 생활: 대학원생의 삶은 어떨까?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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