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이 목적이든, 다른 것이 목적이든 간에 "연구"를 계획하려면 우선 무엇을 주제로할지 선정해야 합니다. 만약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연구 주제를 선정하려면 막막할 것입니다. 어떤 것을, 도대체 왜 해야하는지 자기 자신을 납득시키기도 어렵죠.
이번 포스팅은 제가 6년간 심리학 분야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 주제를 어떻게 선정하면 좋은지에 대한 지식을 정리한 것입니다. 사람마다, 혹은 분야마다 연구업무의 프로세스가 다를 수 있으니 이 점은 양해부탁드립니다.
연구 주제를 찾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
0. 나의 석사 졸업 논문
제 석사 졸업 논문 주제는 우연적으로 잡혔습니다. 1년 반동안 '학습의 개인차'라는 주제로 자료를 분석했는데, 졸업 논문은 '성격의 개인차'가 주제가 되었죠.
하지만 그 과정이 아주 우연한 것은 아닙니다. 대학원 3학기때 들었던 수업 중 하나에서 읽은 논문에 꽂혀서 그 방법을 구현하려고 뇌영상 자료를 분석하다가 우연히 의미있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 결과를 정리해서 교수님께 보고했고, 졸업시기가 됐을 때 그걸로 논문을 써도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죠. 그렇게 주제 선정이 완료되어 논문을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논문은 마치 가설을 세워서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했다는 식으로 작성되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논문 주제를 선정하는데 왕도가 없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함입니다. 저처럼 우연적으로 논문 주제를 선정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겠죠. 그렇지만 하나의 가이드라인으로 참고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WAY 1. 흥미와 관심 소재 따라가기
예외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연구는 마라톤과 같이 긴 여정입니다. 빠르면 1년, 길면 몇 년까지 오랜 시간동안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과정입니다. 이 시간동안 연구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심 소재"를 갖고 연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 연구하는데 흥미를 들일 수만 있다면 절반은 성공한다고 봅니다. 중도에 그만둘 가능성이 적으니까요.
저의 예를 들어보자면, 저는 인터넷 게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한창 셧다운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언론 매체에서 게임을 마약과 같이 취급하던때에 "정말 게임이 마약일까?"라는 호기심에 게임 중독 연구를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이 단순한 이유로 시작했지만, 게임이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즐기고 있는 만큼 연구 과정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3개월의 자료 수집, 그 이후 문헌 검토 후 논문을 게재하는데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내 관심 소재를 잘 모르겠는데?
자신의 흥미와 관심소재를 찾을 수 있는 좋은 소재는 "전공 교과서"입니다. 공부하면서 책이 빠르게 읽혔던, 그리고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었던 챕터를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 챕터의 본문에 나열된 참고문헌들을 찾아서 읽다보면 "이건 내가 조사해볼 수 있겠는데?"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내용들이 있거나 아직 연구가 되지 않은 부분들을 연구 주제로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WAY 2. 연구실(지도교수) 따라가기
정말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어떤걸 해야할지 감이 하나도 안 잡히면 주변에서 하고 있는 연구에 편승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연구실에서 진행중인 연구과제나 지도교수님의 관심 주제를 따라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논문에 조언을 줄 수 있는 나침반이 확실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고집을 안 부리고 주변의 조언만 잘 따라간다면 적어도 반타작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너무 주변 사람들에게 의존하는 태도는 좋지 않습니다. 대학원생부터는 '스스로' 고민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교수님이 지시적인 경우 시키는대로 따라갈 수는 있겠지만 미래의 자신에게 좋지 않는 선택입니다. 가급적이면 혼자서 물음을 던지고 답하는 과정을 꼭 거쳤으면 합니다. 그 과정에서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향상될 것입니다.
경험의 가치
연구 경험이 쌓이게 되면 앞의 두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논문 주제를 비교적 쉽게 고를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이나 비판받았던 부분을 메꾸는 방법을 고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무엇을 해야하는지 떠오르기 때문이죠.
가령 작년 제가 연구원으로 참여한 프로젝트에서는 보완할 점으로 1) 시간 지연 기간을 늘릴 것, 2) 방법을 타당화할 것 등의 지적을 받았습니다. 그러면 저는 올해 이 두 가지 문제점들을 동시에 혹은 각각 보완하는 연구를 진행해서 논문을 게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외에도 개인적인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내용들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논문 주제를 선정할 수 있죠.
'비판적으로 논문 읽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논문을 많이 안 읽었거나 안 써본 분들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날에 저는 논문을 읽으면서 '아 그렇구나' 여기까지 밖에 생각을 못 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지?'나 '이렇게 해보는건 어떨까?'라던지 '우리 연구에 이렇게 바꿔서 적용해볼 수 있겠다'와 같은 사고력을 가진다면 논문 주제를 고르는게 정말 쉬워집니다. 안타깝게도 저런 사고력은 경험을 통해서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논문을 많이 읽어보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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