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마무리하는 현실적인 방법

논문을 쓴(쓸) 사람이라면 아시겠지만, 논문을 쓴다는 것은 굉장히 귀찮고 번거로운 과정의 연속입니다. MS 워드나 한글을 켜놓고 한 시간 동안 몇줄 추가했으면 다행이지, 대개는 진전없이 가는 시간이 많습니다. 결국에는 며칠, 몇주, 몇달 째 진전없이 가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왜 나는 논문을 못 쓰는 걸까?'라고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논문을 채워넣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제가 대학원 경험과 연구원 경험을 바탕으로 논문을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해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정답이라고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하루 분량 정하기

  논문을 작성할 때 있어서 일단 중요한 것은 "논문을 채워 넣는것"입니다. 완벽한 내용이 아니어도 됩니다. 어떤 식이든지 분량을 채워넣는데 집중을 하시면 됩니다. 제 경우에는 논문을 작성하는 시기(지금도)에는 하루에 정해진 분량(그 이상)만큼 논문을 쓰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최소 분량"을 정해놓는다는 것이죠.
하루에 쓸 최소한의 논문 분량을 정해놓자


  학위논문, 학술지 논문을 작성하는 분들이라면 현실적으로 하루 한장을 목표로 하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인문사회계열 석사 학위 논문은 대개 40~60, 학술지 논문은 10~30쪽 범위에 해당합니다.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론적으로 한달 혹은 두달 정도만 약속을 지킨다면 논문의 틀은 완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논문 쓰는 것이 지루하다면, 졸업 논문 양식 혹은 학술지 양식을 미리 조사하고 그 양식에 맞춰서 작업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러면 '논문 쓰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리고 논문 작성시 문헌 조사 과정과 관련하여 한 가지 팁을 알려 드리자면 선행 연구에서 정보를 얻어서 논문을 작성하기 보다, 논문을 쓰다가 필요한 내용이 있을때 검색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다시 말해, 모든 선행 연구의 내용을 숙지한 다음에 논문을 쓰겠다는 생각은 논문의 진행 과정을 늦출 수 있습니다. 특정한 자료가 필요한 경우(예, 개념 정리, 관련된 연구 나열)에 선행 연구를 찾아서 빠르게 훓어본 뒤 참고문헌으로 활용하는 것이 논문을 완성하는데 있어서 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꼭 서론부터 순서대로 채워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결론이 됐건, 방법론이 됐건 일단 분량을 채워나가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내용을 작성하시면 됩니다. 논문에 추가할 그림과 표를 넣으셔도 됩니다. 그러다보면 논문의 형식이 갖춰나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내용으로 채워나가야하는지 도저히 감을 못 찾으시겠다면 아래의 체크리스트를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서론
  1. 무엇을 연구하는가?-독립변수와 종속변수 개념 등
  2. 왜 연구를 하는가?-개략적인 연구 목적 기술
  3. 기존 연구는 무엇을 발견했는가?-중요 개념, 선행 연구 기술 등
  4. 이 연구들과 내 연구의 차별점은 무엇인가?-내 연구의 독창성, 장점 등
  5. 이 연구가 어떤 가치가 있는가?-연구의 가치, 활용 방안 등​
방법론
  1. 참가자들의 속성은? - 모집 방법, 참가자 속성(성별, 연령 등), 집단 분류 기준(집단간 비교 연구시), 제외 기준, IRB 여부 등
  2. 자료 수집 방법은? - 실험, 설문지, 면담, 실험 절차 등
  3. 자료 분석 방법은? - 자료 처리 방법(전처리), 통계 방법 등
결과
  1. 기술 통계-집단 간 비교, 참가자들의 특성 등
  2. 방법론에 나열된 순서대로 결과 기술, 그림, 표 등
결론
  1. 결과 요약하기
  2. 주요 결과 나열, 해석 - 결과가 의미하는 것, (불일치한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등
  3. 한계점 - 이 연구의 결과 일반화를 제한하는 요인, 다시 연구를 한다면 어떤 것을 개선해서 진행할 것인지 등
  4. 연구의 의의- 이 연구의 학문적/사회적 가치, 응용 방법 등



2. 거시적인 계획 세우기

  조금 전에 하루 한장(이상) 논문을 채워나가는 것을 권해드렸습니다. 이는 미시적인 목표를 세우는 것이고, 좀 더 거시적인 계획을 세워서 진행 상황을 체크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자신의 능력, 시간적 상황 등을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학기 내로 논문 마무리하기'라는 추상적인 목표보다는, '1월 31일 내로 논문 서론 마무리하기'와 같은 구체적인 계획(목표)가 일을 마무리하는데 효과적입니다. 실현 가능하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이보다는 좀 더 거시적인 목표를 세워서 올해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만 초점을 맞춰서 진행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2개~3개의 프로젝트를 번갈아가면서 진행하는 것이 제 업무 스타일이다보니 이에 맞춰서 목표를 세웠습니다. 최우선 목표, 차선 목표 들을 구분해서 계획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저는 직업이 연구원인지라 회사에서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에 할당하기 때문에 논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습니다. 다른 직업이 있거나 수업을 들어야 하는 석사/박사 과정중인 학생들의 경우에는 저렇게 타이트하게 논문 계획을 잡기는 힘들 것입니다. 학생분들의 경우에는 학사 일정에 맞춰서 논문 진행 방향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연구 주제 정하기, 문헌 조사, 서론/방법론 작성, 프로포잘, IRB 심사, 자료 수집, 분석, 결과/결론 작성, 초록 작성 등의 계획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1~6월 목표: 논문 3편 게재하기

  1. 1월 - A 논문 심사 답변서 작성/제출하기, OOO학회지 #권 #호 게재를 목표로 B 논문 서론, 결론 마무리하기, XXX 학회지 #권 #호 게재를 목표로 C논문 작성 시작(1월 말까지 마무리하기)
  2. 2월- C 논문 마무리해서 XXX 학회지에 투고하기, B 논문 수정 혹은 최종 검토해서 OOO학회지에 투고하기, A 논문 심사 의견서 송부시 답변서 작성하기 
  3. 3월~4월- 실험 진행, 자료 수집/분석하기, 심사결과 나온 논문 수정하기(실험이 진행되는 기간동안은 논문을 쓸 겨를이 없습니다) 
  4. 5월- 실험 결과 분석, D 논문과 관련된 문헌 검토 및 서론 작성 시작(7월 투고, 10월 게재 목표), 심사결과 나온 논문 수정하기 
  5. 6월 - D 논문 방법론,결과 작성 마무리하기, E 논문 작성 시작, 심사결과 나온 논문 수정하기 

요약

  이번 포스팅의 내용을 짧게 요약하면 "계획하고 실천해라"입니다. 머릿속으로만 떠다니는 내용들만 갖고는 논문을 완성할 수 없습니다. 결국 문서로 내용을 작성해야 완성되는 것이 논문이기 때문에, 일단 한글이나 워드 파일을 키고 논문 작성을 시작해보세요.
  아쉽지만, 논문의 문체는 블로그나 책의 그것과는 다른 점이 많습니다. 다시 말해, 논문을 잘 쓰려면 일단 논문을 써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논문을 읽거나, 블로그에 개인적인 글을 작성하는 방법보다도 본인의 논문을 진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지금 당장 속도가 더디더라도 일단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셨으면 합니다.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한글자라도 '내 논문'을 쓰는 것이 논문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