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거짓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이다.
저자 Elizabeth Loftus, Katherine Ketcham
역자 정준형
발매 2015. 03.13.
별점 ★★★★☆
한줄평
기억의 취약성을 되짚어주고 현 사회 상황과 맞물려 더 빛이 나는 책.
리뷰
책의 저자인 Loftus는 기억 연구, 특히 오정보 효과를 연구해온 사람이다. 1990년대 미국에서 성추행 고발 피해자들의 '기억 회복'운동이 시작되면서 무고한 피해자들의 사례와, 잘못된 기억을 주입하는 몇몇 심리치료사들과 여성운동가들을 지적하고, 사람의 기억이 얼마나 암시에 취약한지를 실험적으로 검증한 내용들을 풀어써냈다. 번역이 깔끔하게 잘 되어 읽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성추행 사례들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이 책이 2008년에 나왔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1. 당부점
책 전체에 걸쳐 Loftus와 역자는 '진짜' 피해자들이 오해받거나 상처받을까봐 걱정한다. 저자는 거짓기억의 입증에 앞장섰고, 이로 인해 수많은 심리치료자들과 여성운동가의 적으로 인식됐다. 그래서 진짜 피해자들에게 당부하는 내용이 있다.
기억 회복 운동은 반 성폭력 운동도, 페미니즘 운동도 아니라는 것이다.
기억의 취약성을 이용하여 잘못된 기억을 주입함으로써 무고한 피해자들을 생성하고, 그 대가로 자신들의 유명세를 올리는 몇몇 심리치료사들과 여성운동가들을 주의하라는 말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서 미투운동이 시작되면서 유명해진 짤이 하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 목소리"가 진실이 아닐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입된 가짜 기억도 "일관된 진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경험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경험이라고 강하게 믿는다면, 마치 자신의 기억인것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많은 뇌영상, 뇌파 연구를 살펴봤을 때 사실이라고 지각하는 기억은 "진짜" 기억과 유의한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우리 연구실에서 최근에 진행한 뇌파 연구 결과를 봤을 때도 뇌파에서도 "진실"보다는 "지각된 사실"을 반영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억은 비디오처럼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두뇌 네트워크에서 재가공되어 저장된 산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기억은 항상 정확하지 않다. 저자는 여러 실험을 통해 거짓 기억을 생성해내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기억이 암시, 기대 등에 굉장히 취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 억압된 기억을 발굴하는 기술?
이 책에서는 한 챕터에 걸쳐 억압된 기억을 발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심리치료사들의 기법을 나열한다.
근친상간은 막연한 현상이다.
근친상간의 피해자의 약 60%가 성추행을 경험한 일을 오랫동안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 기억은 발굴 가능하다.
당신의 증상은 성추행 피해자와 같군요. 이에 대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나요?
권위자에 대한 두려움, 취약성이 있나요?
3. 느낀점
억압된 기억, 거짓 기억의 문제는 앞으로 점점 더 화두에 오를 것이라 생각한다. 거짓 기억이라도 일관된 진술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그렇다면, '진짜 기억'과 '(주입된) 가짜 기억'을 구분할 수 있을까? 신경영상, 뇌파 연구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면 다른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나라는 성범죄에 한해서는 유죄추정의 원칙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용의자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야 한다. 그렇다면, 용의자를 검사하는 것이 대안인걸까? 용의자 검사 결과를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내가 진짜 피해자라면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을까? 반대로, 내가 성추행을 하지 않았지만 고소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무죄를 입증할 수 있을까?
두 상황 모두 나에겐 진술이 유일한 무기이자 방패다. 하지만 "진실"을 밝힐 수 있을만한 마땅한 해답은 안 보인다. 요즘 사회 상황과 맞물려 많은 물음을 던져주고 떠나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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