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탐지 검사에서 측정하는 인지적 요소는 무엇일까?

오늘 정리한 논문은 숨김정보검사(concealed information test, CIT)에서 정향 반응과 억제 반응을 비교한 연구(링크)입니다. 거짓말탐지 검사의 인지적, 자율신경적 요소들을 검증한 연구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숨김정보검사(concealed information test)

  1. 숨김정보검사(CIT)는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서 사용되는 검사 기법 중 하나입니다.
  2. 이 방법은 범죄와 관련 있는 자극과 무관련 자극, 그리고 목표 자극을 교대로 제시하면서 해당 자극에 대한 검사 대상자가 지식을 숨기려고 하는지 여부를 검사합니다. 예를 들어, 용의자가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다고 주장할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용의자가 피해자와 전혀 모르는 사이라면 피해자의 얼굴이 제시되었을 때 특별한 신경생리적 반응이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만약 피해자를 알고 있는데, 그런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면 거짓이 탄로가 날 것에 대한 두려움, 약간의 반응 억제 등 부수적인 사건들이 발생할 것입니다.
  3. CIT는 그 부수적 사건의 발생 여부를 탐지하는데 초점을 둡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수적 사건들이란 인간의 신경생리학적 반응의 급격한 반응으로서, 심박, 호흡, 피부전도도 등을 의미합니다. 이런 반응은 폴리그래프, 우리가 흔히 거짓말 탐지기라고 부르는 장비를 이용하여 기록할 수 있습니다.
  4. CIT말고 여러가지 검사들이 있지만 CIT가 활발하게 연구되는 이유는 거짓 긍정(false positive)률이 적기 때문입니다. 법정 상황에서는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는 일을 굉장히 조심스러워하기 때문에 (정작 무고죄의 형량은 터무니없이 적지만), CIT의 낮은 거짓 긍정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연구 목적

  1. CIT에서 발생하는 인지적 정보처리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잘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정향 반응(orienting response) 이론이 가장 우세한데 최근에는 각성 억제와 관련된 기제도 관여할 수 있겠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2. 정향 반응 이론에 대해 설명하자면 용의자에게 제시되는 무관련 자극은 처음에는 생리적 반응을 크게 유발시키나 반복제시하면 그 정도가 점차 감소합니다. 반면, 범인에게 범죄 관련 자극을 제시했을 때 이런 정향반응의 감소 정도가 적거나 없습니다.
  3. 이 원리를 이용하여 무관련자극과 관련 자극의 생리적 반응의 차이를 조사하여 진위여부를 판별하는 것입니다.
  4. 하지만 몇몇 연구들에서 정향 반응 이론과 상반되는 결과가 보고되었고, 연구자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5. 그 대안으로 나온 각성 억제 이론은 범죄 관련 자극에 대해 추가적인 각성 억제 처리가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그 지표로 반응 시간이나 좌반구 하두정 영역의 활성화와 같은 생리적 지표가 제안됐습니다.
  6. 이 연구는 CIT 탐지가 각성의 억제를 조절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이를 위해 한 집단은 범죄를 저질렀고 CIT 탐지를 피하도록 요청받았고(정향 반응과 각성 억제 모두 필요), 다른 집단은 범죄를 목격했고 목격한 자극에 대해서만 탐지되도록 요청받았습니다(각성 억제만 필요).

결과

  1. 두 집단 모두 피부전도도에서 관련 자극에 대해 유의하게 높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2. 심박 감속과 호흡 억제는 용의자라고 상상한 집단에서만 관찰됐습니다.


결론

  1. 가장 중요한 결과는 CIT에서 측정하는 생리적 측정치(피부전도도, 심박, 호흡)이 서로 다른 반응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2. 용의자나 목격자 처치와 상관없이 관련 자극에 대해서 높은 반응을 보인 피부전도도는 정향 반응을 반영할 것입니다. 왜냐면 두 집단 모두 관련자극은 무관련 자극에 비해 습관화 정도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3. 반면, 용의자라고 상상하도록 요구된 집단에서 관찰된 심박 감속과 호흡 억제는 각성 억제의 지표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목격자 집단에서는 이 자극들에 대해 각성을 억제해야 할 동기적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죠.

마치며

우리가 흔히 "거짓말 탐지 검사"라고 부르는 장비는 직접적으로 거짓 여부를 판별해주는 기계가 아닙니다. 거짓말을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신경생리학적 반응들의 변화를 기록해줄 뿐입니다. 거짓말 탐지 연구는 거짓말과 관련 있는 인지적 요소들에는 무관심한 경향이 있었습니다. 신경생리학적 반응이 중시됐죠.  
  저는 인지신경과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인지적 반응", 그 중에서도 억제랑 관련된 신경학적 반응을 분석하는데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거짓맡 탐지 연구에서 억제를 반영하는 신경학적 요소들은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검사를 제작하고 타당화하는일이 쉽지만은 않으니까요. 이런 연구를 발전시킨다면 어떤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을까요? 아이디어가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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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Klein Selle, N., Verschuere, B., Kindt, M., Meijer, E., & Ben‐Shakhar, G. (2016). Orienting versus inhibition in the Concealed Information Test: Different cognitive processes drive different physiological measures. Psychophysiology, 53(4), 579-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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