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 심리적 건강이 중요하다

뇌연구만 소개하다가 오늘은 다른 주제의 연구를 갖고 왔습니다. 제 또 다른 관심 연구 분야인 '인터넷 게임 중독(internet gaming addiction)'이네요. 이 연구의 요점은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스트레스 수준이 낮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에게는 게임 중독의 취약 요인의 효과가 없다는 것입니다(링크).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 게임을 마약이라고 취급하는 것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의 주장을 제기합니다.

인터넷 게임 중독

  1. 최근에 WHO에서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세계 질병 분류기호(ICD)에 추가한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링크). 이에 앞서 2013년에, 정신건강분야 종사자의 성경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의 최신판(DSM-5)에서도 인터넷 게임 중독을 정신장애로 고려하기 시작했죠.
  2. 우리나라의 경우 게임 중독의 부작용이 심하다고 보고돼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중독-관련 연구(현상이해, 원인규명, 치료 방법 조사 등)에 어마어마한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서론

  1. 인터넷 게임은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는데 아주 편리하고, 간단한 수단입니다.
  2.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중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욕구가 "현실 도피"와 관련이 있습니다.
  3. 현실도피 동기는 말 그대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입니다. 우울하거나 걱정할게 많고, 뭔가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 현실에서 잠시동안 벗어나고 싶은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가령 중요한 시험을 앞둔 상황에서 '아, 죽고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4. 게임은 이런 도피 욕구를 충족시키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입니다. 많은 연구들이 이런 이유로 현실도피 동기가 게임 중독에 치명적이라고 제안하죠.
  5. 그렇다면, 현실도피 동기가 높은 사람들은 모두 게임 중독자들이 될 수 있을까요? 이 연구는 게임 중독의 보호 요인을 검증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연구 목적

  1.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현실도피 동기가 중독의 취약점이 될까요?
  2. 이 연구는 보호요인을 검증함으로써, '보상적 게임 사용 모델'의 타당성을 검증하고자 했습니다.
  3. 만약 현실에서 충족하지 못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이라면,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에게서는 게임 중독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심리적 건강과 가장 관련 있는 구성개념 중 하나인 스트레스자존감을 조절변인으로 하여 현실도피 동기와 인터넷 게임 중독 간의 관계를 검증했습니다.

결과

  1. 스트레스가 높은 사람(실선, 맨 위)들은 현실도피 동기가 높을 수록 인터넷 게임 중독 수준도 높았습니다. 스트레스가 평균 수준인 사람(촘촘한 점선, 가운데)들은 현실도피 동기가 높을 수록 게임 중독 수준도 높아지지만, 그 정도가 줄어든 것이 관찰됩니다. 스트레스가 낮은 사람(부분 점선, 아래)들은 현실도피 동기와 게임 중독 수준이 관련성이 없습니다.

  2. 자존감이 낮은 사람(부분 점선, 맨 위)들은 현실도피 동기가 높을 수록 인터넷 게임 중독 수준도 높았습니다. 자존감가 평균 수준인 사람(점선, 가운데)들은 현실도피 동기가 높을 수록 게임 중독 수준도 높아지지만, 그 정도가 줄어든 것이 관찰됩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실선, 맨 아래)들은 현실도피 동기와 게임 중독 수준이 관련성이 없습니다.



결론

  1. 이 연구는 인터넷 게임 중독을 고려하는데 있어 "개인의 특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2. 개인의 스트레스와 자존감이 중독 여부를 결정짓는 요인이라면, 추후 게임 중독자들을 치료하는데 있어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기법을 적용할 수 있겠죠.
  3. 이를 통해 '게임 중독'의 꼬리표를 붙이는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병명을 정의하여 진단을 내리는 것보다, 이들이 '왜' 게임을 하는지, '어떻게' 중독되는지, '어떤' 사람들이 중독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마치며

  최근에 읽고 있는 책에서 '중독'에 대해 명쾌한 정의를 내려줍니다.

중독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과 잘못된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런 개념화는 중독의 대상이 무수히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우리에게 순간적인 쾌락을 주는 대상에 병적으로 집착하지만 고통으로 끝맺음하는, 비극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죠. 게임의 접근성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대상(예, 물질, 도박)보다 취약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병적 관계를 왜 추구하게 되는지, 고통스런 결말에도 끊지 못하는지 이유를 살펴볼 필요는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연구는 심리적 건강이라는 하나의 단서를 제공해줍니다. 근본적으로 중독의 문제가 무엇인지 되짚어보도로록 도와주죠. 그러면 그 문제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생각해보시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으로 이번 연구 소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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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Kardefelt-Winther, D. (2014). The moderating role of psychosocial well-being on the relationship between escapism and excessive online gaming. Computers in Human Behavior, 38, 6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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